[말씀읽기]
히스기야의 발병과 회복(대하 32:24-26; 사 38:1-8, 21-22)
1 그 무렵에 히스기야가 병이 들어 거의 죽게 되었는데,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 예언자가 그에게 와서 말하였다.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죽게 되었으니 네 집안의 모든 일을 정리하여라. 네가 다시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2 이 말을 듣고서, 히스기야는 그의 얼굴을 벽쪽으로 돌리고, 주께 기도하여
3 아뢰었다. "주님, 주님께 빕니다. 제가 주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온 것과, 온전한 마음으로 순종한 것과, 주께서 보시기에 선한 일을 한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고 나서, 히스기야는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다.
4 이사야가 궁전 안뜰을 막 벗어나려 할 때에, 주께서 이사야에게 말씀하셨다.
5 "너는 되돌아가서 내 백성의 주권자인 히스기야에게 전하여라. '네 조상 다윗을 돌본 나 주 하나님이 말한다. 네가 기도하는 소리를 내가 들었고, 네가 흘리는 눈물도 내가 보았다. 내가 너를 고쳐 주겠다. 사흘 뒤에는 네가 주의 성전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6 내가 너의 목숨을 열다섯 해 더 연장시키고, 너와 이 도성을 앗시리아 왕의 손에서 구하여서, 이 도성을 보호하겠다. 내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내 종 다윗을 보아서라도, 내가 이 도성을 보호하겠다.'"
7 그리고 이사야가 왕의 신하들에게, 무화과 반죽을 가져 오라고 하였다. 신하들이 그것을 가져 와서 왕의 상처 위에 붙이니, 왕의 병이 나았다.
8 히스기야가 이사야에게 말하였다. "주께서 나를 고치셔서, 사흘 뒤에는 내가 주의 성전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고 하셨는데, 그 증거가 무엇이오?"
9 이사야가 대답하였다. "주께서 그 약속하신 바를 그대로 이루실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해 그림자를 십 도 앞으로 나아가게 할지, 십 도 뒤로 물러나게 할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10 히스기야가 대답하였다. "해 그림자를 십 도 더 나아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그림자가 십 도 뒤로 물러나게 해주십시오."
11 이사야 예언자가 주께 기도를 드린 뒤에, 아하스의 해시계 위로 드리운 그 그림자를 뒤로 십 도 물러나게 하였다.
바빌로니아에서 온 사절단(사 39:1-8)
12 그 때에 발라단의 아들 바빌로니아의 므로닥발라단 왕이, 히스기야가 병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친서와 예물을 히스기야에게 보내 왔다.
13 1)히스기야는 그들을 반가이 맞아들이고, 보물 창고에 있는 은과 금과 향료와 향유와 무기고와 창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그들에게 다 보여 주었다. 히스기야는 그들에게 궁궐과 나라 안에 있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보여 주었다.
14 그 때에 이사야 예언자가 히스기야에게 와서 물었다.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였습니까?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온 사람들입니까?" 히스기야가 대답하였다. "그들은 먼 나라 바빌로니아에서 온 사람들이오."
15 이사야가 또 물었다. "그들이 임금님의 궁궐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히스기야가 대답하였다. "그들은 나의 궁궐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보았고, 나의 창고 안에 있는 것도, 그들이 못 본 것은 하나도 없소."
16 이사야가 히스기야에게 말하였다. "주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17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 날이 오면, 네 왕궁 안에 있는 모든 것과, 오늘까지 네 조상이 저장하여 놓은 모든 보물이, 남김없이 바빌론으로 옮겨 갈 것이다.' 주께서 또 말씀하십니다.
18 '너에게서 태어날 아들 가운데서 더러는 포로로 끌려가서, 바빌론 왕궁의 환관이 될 것이다.'"
19 히스기야가 이사야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전하여 준 주의 말씀은 지당한 말씀이오." 히스기야는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평화와 안정이 계속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히스기야 통치의 끝(대하 32:32-33)
20 히스기야의 나머지 행적과, 그가 누린 모든 권력과, 어떻게 그가 저수지를 만들고 수로를 만들어서 도성 안으로 물을 끌어들였는지는 '유다 왕 역대지략'에 기록되어 있다.
21 히스기야가 그의 조상과 함께 누워 잠드니, 그의 아들 므낫세가 그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말씀묵상]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뜻을 잘 따르는 신실한 왕이었습니다. 우상 숭배의 흔적들을 제거하며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만을 섬기도록 힘썼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하시며 형통하게 하셨고 앗수르가 침략했을 때 비록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듯했지만 19장에서 보았듯이 이사야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여호와의 성전에 올라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과정 가운데 히스기야로 하여금 죄인임을 깨닫게 하시고, 오직 하나님만이 주권자이심을 드러내시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히스기야의 기도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말씀을 성취하시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처참하고 무력한 존재인지를 고백하게 하는 하나님의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이 후에 나오는 히스기야의 모습을 통하여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로부터 죽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히스기야는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3절을 보면 진실과 전심으로 주 앞에 행하며 주께서 보시기에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해 달라고 하면서 통곡하며 기도한 것입니다. 왠지 자기의 업적을 드러내 놓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지 않습니까? 그렇게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던 히스기야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의를 드러내는 존재임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이런 히스기야에게 응답이 왔습니다. 눈물의 기도를 들었다고 하시면서 병을 낫게 해서 15년을 더 살게 할 뿐만 아니라 앗수르의 공격으로부터 구원하고 이 성을 보호해 주시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당연히 기도의 응답이지만 하나님께서 이러한 응답을 주신 것은 히스기야의 기도 때문이 아니라 6절에 나오는 대로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위하고 또 하나님의 종 다윗을 위하여 그러신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하나님의 주권과 주님되심을 고백하도록 하기 위해 그에게 병을 주신 것이라는 말입니다. 히스기야를 이어 왕이 된 아들이 므낫세입니다. 그가 12세에 왕이 되었다고 하니까(21:1) 히스기야가 15년 생명을 연장받았을 때 낳은 것입니다. 즉 병이 나서 죽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그에게는 후사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그에게 다윗의 약속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아들이 태어나야 했고 그래서 지금 히스기야로 하여금 하나님께 전심으로 통곡하며 기도하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자신의 삶과 인생과 존재가 오직 하나님의 함께 하심과 인도하심 속에 있는 것임을 잊지 말도록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히스기야도 징표를 구하였고 그 증거로 해시계의 그림자가 십도 뒤로 물러가는 이적을 보여 주십니다. 즉 하나님의 약속이 분명하게 이루실 것임을 확증시켜 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히스기야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루시고 드러내시려고 하는 것은 지금의 영광과 형통이 너의 능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약속과 뜻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깨닫고 고백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확증을 받은 기도의 사람 히스기야임에도 불구하고 교만함에 빠지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히스기야가 병이 나았다는 소식을 들은 바벨론 왕이 편지, 예물과 함께 사절단을 보냅니다. 이들의 말을 듣고 히스기야는 자기의 보물고, 군기고, 창고의 모든 것, 왕궁과 그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것 등을 다 보여 준 것입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온갖 자랑을 한 것입니다. 이 모습을 역대하 32:25절에서는 히스기야가 마음이 교만하여 그 받은 은혜를 보답하지 아니하므로 진노가 그와 유다와 예루살렘에 내리게 되었더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교만하여 배은망덕하였다는 것입니다. 같은 기록을 하고 있는 이사야 39:2절에서는 사절단을 보고 기뻐하여 그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고 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완전히 자기 만족, 자기 자랑, 교만함에 푹 빠져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죄인들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다고 하지만 조금만 틈이 생기면 자기 자랑과 의를 쌓는데 발이 빠른 것입니다. 히스기야만의 모습인가요?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앗수르를 사용하시고 히스기야의 수명을 연장시키신 것입니다. 앗수르가 물러나고 병이 고쳐지는 것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역사와 기적들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기도의 사람, 믿음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 챙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시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이때 므낫세가 태어납니다. 유다 왕 중에 가장 악했던 왕입니다. 기도응답으로 생명이 연장되었는데 그 때 가장 악한 왕이 태어난 것입니다. 그럼 기도하지 않았어야 했나요? 괜히 생명이 연장된 것인가요? 그런 말이 아니라 어떤 선하다고 하는 왕이라도 다윗의 고백처럼 죄가운데 태어나 죄밖에 생산해 내지 못하는 존재임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은혜와 긍휼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자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고백하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가 신자인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을 의지하는 삶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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